한강이 부른다


오! 한강


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어.
"누구뇨 나를 원하는 자."

그는 대답했지.
그건 나지막하면서도 차분한 음성이었어.
"오라, 한강이 그대를 부른다."

난 한숨을 내쉬었어.
이 세상에 내가 있을 곳은 여기 뿐이거든.
"하지만 거긴 너무 멀잖아?"

돌아오는 대답은 이해할 수 없었어.
"너의 정력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꿈을 위해 네가 허비한 그 시간이다."
"그것은 아주 단순하다.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."

이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깨닫게 되었지.
자전거는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 주었어.
속이 보이지 않는 자전거 덮개의 그림 말이야.
"이게 바로 내 자전거란다"

더 어려운 답변이 돌아왔지만, 그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알 수 있었어.
"한강의 생활용 자전거는 512KB L3 캐쉬의 네할렘일 뿐이다."
"도둑에게도 버림받은 철티비의 존재여."

난 그리기 귀찮아서 자전거 장터에서 아무 사진이나 보여주었어.
중고매물이라 그런지 녹슬고 오래된 자전거 사진이었지.
"네가 원하는 자전거는 여기 있어"

그러나 그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걸 보고 나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.
"이것이 너의 자전거 인가?"

저런 고물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, 아무튼 그건 누군가의 것이었지.
그에게 자전거를 선물받을까 내심 기대하며 속삭여주었어.
"아니야 그건 다른 사람이 파는 물건이야"

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지.
"참 정직한 총각로구나."

나는 중고 자전거를 샀어.
그 후로 한강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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